교구장 사목교서

2022년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회 공동체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2013년 ‘신앙의 해’를 기점으로 우리 교구는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예상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상황으로 복음화의 여정이 순탄하지 못하였습니다.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중단되거나 미사 참석 인원이 제한되기도 하고, 신앙 교육과 단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가정과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또한 자신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본당과 교구의 살림을 걱정하며 성심껏 협조해주신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명동밥집’과 백신 나눔 등을 통해 부지런히 사랑을 실천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은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여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2티모 4,2 참조)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신앙생활이 느슨해진 이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때입니다. 이웃에게 힘차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다른 이를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다시 한 번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도록 노력합시다. 성경 말씀과 기도, 교회 가르침과 미사 그리고 사랑 실천을 통해 신앙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교구의 모든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먼저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구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힘을 모아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1)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공동체’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이 말씀은 조선대목구 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사목표어이기도 합니다.)는 말씀을 남기고 승천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복음 선포를 사명으로 맡기신 것입니다. 복음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기쁜 소식’이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체험해야 합니다. 이 기쁨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성경과 기도, 교회의 가르침과 미사, 사랑 실천을 통해 주님을 자주 만나야 합니다. 박해 시대의 우리 신앙 선조들은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를 받을 기회가 적었지만, 꾸준히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열렬히 기도하고 부지런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박해와 죽음을 이기는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신앙 선조들을 본받아서 꾸준히 성경 말씀을 읽고, 열심히 기도합시다. 또한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가능한 자주 미사에 참례하며,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합시다. 이렇게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노력을 통해 복음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체험하게 되면, 복음화된 그리스도인으로서 확신 있게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주님이 그러셨듯이 복음 선포를 통해 “모든 형제들”(=교황 프란치스코, 모든 형제들, 1.)에게, 특히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형제들에게 기쁨과 희망,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2)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교회는 세상을 넘어선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면서 살아가지만, 다른 한편 세상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다고 하신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교회는 교황님의 뜻에 일치하여 “공동의 집”(=교황 프란치스코, 찬미받으소서, 1.)인 지구에 평화를 이루는 공동체, 평화를 나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생태적 회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생태적 회개는 오늘날 교회가 수행해야 하는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2020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 참조.) 교회는 모든 사목 활동을 통해 공동의 집인 지구를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전하는 창조질서의 수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개인뿐 아니라 교회가 공동체 차원에서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합니다. 아울러 언어·생각·행동·정보 등의 의식과 감성의 쓰레기도 배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근거리 농산물과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면서, 무절제한 소비주의 생활양식에서도 탈피해야겠습니다.(=2020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에 따른 실천 지침’, 참조.) 아울러 일상에서 조금은 불편하게, 느리게, 그리고 소박하게 사는 것을 몸에 익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3)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가운데 서로 형제자매가 되는 공동체를 원하셨습니다(마르 3,35 참조). 교회는 바로 그런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완성된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입니다. 교회의 행동과 삶의 기준인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식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마음을 열고 논의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함께 걸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해서 말씀하십니다. 교황님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여정에 온 교회가 동참해달라고 당부하십니다.(=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2021520일 공문(Prot. N. 210114).)

교회의 ‘함께 걸어가는 여정’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결합을 드러내고, 또한 사랑이신 하느님과 교회의 일치,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우리의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가 됩니다. 아울러 세상을 향한 교회의 열린 마음과 태도의 표징도 됩니다. 순례하며 선교하는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함께 걸어가는 여정’은 우리 모두가 복음화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와 봉사자로 부르심 받았음을 일깨워 줍니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는 하느님의 뜻을 기준으로 교회 안팎의 다양한 문제들을 식별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야 합니다.

사제 여러분, 교구장 주교인 저와 일치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양들을 위해 헌신하도록 노력합시다. 특별히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면서 주님의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사제들은 이들을 포함한 모든 신자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될 수 있도록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 의탁하고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성경을 읽으면서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기도 안에서 그분과 대화하며,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미사를 통해 주님과 일치하고, 사랑을 실천하도록 합시다.

남녀 축성 생활자 여러분, 우리는 점점 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적 태도가 짙어지며, 외적 활동에 치중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을 정화하고 치유하기 위해 수도자들은 더욱 철저히 자기 봉헌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바치는 기도와 ‘청빈·정결·순명’의 삶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교회에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의 소임을 통한 협력, 특히 돌봄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신자들과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증거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신자 여러분, 구세주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요한 1,10-11 참조) 세상 안에서 그분의 제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하신 주님께서 우리 구원의 여정에 동행해주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도록 합시다. 이 믿음의 힘으로 가정을 비롯한 학교, 직장, 각종 모임, 본당과 지역, 그리고 세상 안에서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여정’을 충실히 살아가 주십시오. 아주 작고 소박한 것일지라도 여러분이 살아가는 자리에서의 작은 신앙의 실천이 복음화의 여정을 증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기 위해서 ‘신앙의 기초 다지기’에 더욱 마음을 기울여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며, 복음화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도 적극 노력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200년 전 이 땅에 탄생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두 사제의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열정을 본받고자 노력했습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구별된 공동체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일어서기 위해서 올 한 해 다시금 신앙의 기초를 다집시다. 복음화되어, 자신과 교회 그리고 이웃과 세상을 복음화하는 여정을 살아갑시다. 이러한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회 공동체’로서의 노력은 2031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200주년’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굳건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순교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